들어가며
비트코인은 해킹당한 적이 있는가. 뉴스 헤드라인만 보면 그렇다고 믿기 쉽다. 2013년 CNBC는 시장 과열 이후 마운트곡스(Mt. Gox)의 보안 사고로 가격이 흔들리던 국면을 전하면서 기사 제목을 아예 ‘비트코인이 해킹당했다(Bitcoin Hacked)’라고 붙였다. 제목만 읽으면 비트코인이라는 프로토콜 자체가 뚫린 것처럼 보인다. 그때의 사건이 단발적 보안 사고였다면, 2014년의 마운트곡스 사태는 붕괴에 가까웠다. 당시 세계 최대 비트코인 거래소였던 마운트곡스에서 고객 자산을 포함해 약 85만 개의 비트코인이 사라졌다. 당시 금액으로 약 4.8억 달러, 전체 유통량의 약 7%에 해당하는 물량이었다. 많은 보도는 이를 ‘거래소의 파산’ 혹은 ‘거래소 해킹’으로 전했지만, 대중에게는 ‘비트코인 해킹’으로 압축되어 각인됐다. 2016년에는 또 다른 대형 거래소 비트파이넥스(Bitfinex)에서도 약 12만 개의 비트코인이 탈취되며 같은 프레임이 반복됐다.
그러나 이 사건들에서 뚫린 것은 비트코인 네트워크가 아니라 거래소의 서버였다. 거래소는 사용자들의 비트코인을 중앙화된 서버에 모아 보관하는 사기업이다. 비유하자면, 금고 안에 여러 사람의 금을 모아둔 보관소가 도둑을 맞은 것이지 금이라는 금속의 속성 자체가 깨진 것이 아니다. 해커가 공격한 것은 기업의 보안 체계, 즉 서버 관리와 내부 통제의 허점이었지 비트코인의 암호학적 구조가 아니었다.
비트코인 네트워크 자체는 2009년 1월 3일 출범 이래 단 한 번도 해킹당한 적이 없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를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비트코인 네트워크는 16년 넘게 매 10분마다 쉬지 않고 블록을 생성해 왔다. 그 위에 쌓인 자산의 가치는 시가총액 기준 (2026년 5월) 약 1.6조 달러에 이른다. 이 네트워크의 암호를 깨뜨릴 수 있는 자에게는 엄청난 규모의 현상금이 걸린 것이나 다름없다. 전 세계의 해커, 연구 기관, 심지어 국가 수준의 행위자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공격의 유인이 존재했지만, 이 시스템은 단 한 번의 침해도 허용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 견고함에 유효기간은 없는가. 이 질문이 유효한 이유는 비트코인의 방어선이 모두 하나의 전제 위에 서 있기 때문이다. 비트코인의 보안을 떠받치는 수학 자체가 깨지지 않는다는 전제다. 만약 그 수학이 깨진다면, 16년의 무결점 기록은 아무런 보증이 되지 못한다.
보고서 전문 읽기 (PDF)


